[더깊은뉴스]학교 부지 확보 못해…아파트공사 중단될 판

2018-07-20 5



대규모 아파트를 지으려면 학교가 들어설 곳을 미리 확보해 둬야 하는데요.

학교 땅을 못 구한 상태에서 건설을 하다 급기야 공사를 중단하게 된 아파트가 있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김유림 기자]
“충남 천안의 아파트 공사 현장입니다. 25층 규모로 현재 공정률이 40%가 넘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의 공사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택지지구에는 5개 아파트 단지, 4천여 세대 건설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관할 교육청은 초등학교 부지를 사서 교육청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내줬습니다.

건설사 5곳이 돈을 모으기로 했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일부 단지가 사업을 포기하기나 미루면서 일이 꼬였습니다.

학교부지 매입소문이 돌면서 이 일대 땅값이 두배 이상 뛰어오른 것도 재원마련을 더 어렵게 했습니다.

1천 500여 세대 규모로 지난 해 먼저 공사를 시작한 지역주택조합 A아파트는

학교 땅값의 4분의 1에 달하는 기금 20억 원을 조성했지만 1년 넘게 학교 부지를 사지 못했습니다.

결국 천안시는 "7월 20일부터 공사를 중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김유림 기자]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 한 곳이 있습니다. 어른 걸음으로는 5분 밖에 걸리지 않게 가까운데요. 하지만 천안교육지원청은 저 아파트 아이들은 이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급해진 A아파트 조합 측은 "기존 초등학교에 교실 12개를 늘리는데 필요한 비용 등 26억 원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사업승인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습니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
"A단지는 이 학교 보내고 나머지 후반 사업자들은 못 가, 너네는 2키로 떨어진 저리로 가 이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형평성 부분도 있잖아요."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되면 조합이 감당해야 하는 손실이 매달 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입주예정 주민들에겐 날벼락 같은 일입니다.

[황대석 / A아파트 조합원]
(분양가가) 34평 기준으로 했을 때 2억 5천이요. 저희도 내년 7월 입주를 바라보면서 계속 돈 빌려서 내고 이자 내가면서 버티고 있는 건데….

[A아파트 조합원]
(어머니, 평생 재산이 다 들어가 있는 거네요?) 그렇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린 애기는 없지만 아닌 거지, 그건. 건물을 이정도로 지어놓고 중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천안시청도 어떻게든 공사 중지만은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묘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황.

[천안시청 관계자]
"일반사업자면 강하게 할 거 같은데 주택조합이다보니, 시민들 아니에요. 교육청하고 협의돼서 가급적 결론이 날 수 있으면."

일차적 책임은 학교 부지 매입절차를 마무리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조합 측에 있습니다.

다만 문제 해결보다는 원칙만 고수하는 교육청의 태도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김남준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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